일상에서/메모

11월 셋째주가 설레는 이유…보졸레 누보

photographer2js 2007. 12. 18. 12:54

출처 :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8&dir_id=80603&eid=5OtKbP4jAyyyiyaqAKDnjlhXvhE5bYYk&qb=x8ez67SpvsY=

 

 

 

 

11월 셋째주가 설레는 이유…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어요
보졸레 누보는 역발상의 산물 
오래 묵힐수 없는 가메 품종
신선한 햇와인으로 승부

파리발 리옹행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복잡한 도시가 사라지자 탁 트인 평원이 이어졌다. 파리에서 리옹까지는 1시간 반 거리. 리옹에서 내려 차로 옮겨 타고 다시 30분쯤 달리자 양옆으로 구비구비 포도밭이 펼쳐진다. 11월 늦가을 햇살은 수확을 마쳐 앙상한 가지만 남은 포도밭을 붉게 물들인다.

이곳은 부르고뉴 남부에 위치한 보졸레 누보 재배지 보졸레다. 보졸레는 마콩에서 리옹시 외곽에 이르기까지 약 130㎞에 펼쳐져 있다. 리옹에는 `론(Rhone)강, 손(Saone)강 그리고 보졸레 와인이 강물처럼 흐른다`는 노래가 전해진다.

"보졸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차에서 내리자 카디건을 입은 중년 남성이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보졸레의 전설`로 불리는 조르주 뒤뵈프의 아들 프랑크 뒤뵈프다. 2대째 가업을 이어 보졸레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조르주 뒤뵈프는 보졸레 누보를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프랑크 뒤뵈프는 "보졸레 누보가 만들기 쉬운, 값싼 술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와인 제조장으로 안내했다.

수확을 마친 포도밭은 황량했지만 공장은 기계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직원 400여 명이 막바지 보졸레 누보 병입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한 시간에 와인 1만병가량이 생산돼 11월 둘째주부터 지구촌 곳곳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 물량 배송은 지난 8일 시작됐다.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러시아 한국 등이 상위 10대 소비국이다.

"올해 보졸레 누보는 딸기향이 풍부한, 가볍고 마시기 쉬운 와인으로 탄생했습니다. 부르고뉴 베스트 빈티지로 꼽혔던 2003년과 2005년은 구조감 있지만 마시기 어려운 와인이었다면 올해는 누구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졸레 누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포도 품종, 제조 과정, 지역에 대한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보졸레는 구획상 부르고뉴에 속하지만 부르고뉴에서 대표적 고급 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pinot noir)가 자라지 않는다. 화강암 토질 때문이다. 여기서는 텁텁한 맛이 적고 가벼운 가메(Gamay) 품종이 재배된다. 전 세계 가메 재배 지역 중 70%가 보졸레에 속한다. 일찍 숙성되는 다수확 품종이다. 바꿔 말하면 오랫동안 숙성시켜 묵직한 맛을 내는 와인을 만들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는 뜻이다.

보졸레 사람들은 고심 끝에 장기간 숙성은 어렵지만 쓴 맛이 적고 신선한 햇와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당시 포도 농장 경영자 조르주 뒤뵈프다. 오래 묵힐 수 없다는 가메 품종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발상 전환을 통해 1951년 11월 13일 처음 햇와인 `보졸레 누보 축제`를 벌였다. 누보는 `새롭다`는 프랑스어.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 전 세계에 보졸레 누보 바람을 일으켰다.

포도 품종 특성상 제조 과정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은 줄기를 제거한 뒤 포도껍질과 씨를 함께 넣고 발효시켜 만들고, 화이트와인은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만든다. 이후 3주간 발효 기간을 거쳐 6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병입을 한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포도송이 통째로 발효통에 넣은 뒤 압축 탄산가스를 채워 포도 껍질 속에서 발효가 일어나 와인을 만드는 탄화침용 방식으로 제조한다. 발효기간도 4~5일 정도로 짧다. 가메 품종은 100% 수작업으로만 수확한다. 6주간 4만여 명이 동원되는 대작업이다.

올해는 8월 25일부터 일제히 수확에 들어갔다.

프랑크 뒤뵈프는 "보졸레에서 생산된 약 1만개 포도 품종 샘플을 모아 테이스팅을 한 후 블렌딩 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졸레 누보는 보르도 등 다른 지역 와인에 비해 짧은 기간에 제조와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자칫하면 산화가 되기 쉽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노하우가 없으면 만들기 어려운 술"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생산되는 보졸레 누보는 블렌딩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생산된다. 올해는 각국 취향을 반영해 보졸레 누보 30여 종을 출시했다. 물론 병 디자인과 레이블도 각기 다르다.

보졸레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특급 와인은 못 만든다는 것. 그러나 보졸레에서는 쉐나, 플뢰리, 줄리에나, 모르공, 물랭아방, 생타무르, 브루이, 코트 드 부루이 등 크뤼급(고급) 와인 10종이 생산된다. 이들 와인은 주로 일조량이 많은 언덕 지역 포도밭에서 재배된다. 수확한 다음해 봄까지 숙성시켰다 맛을 보는데 최장 15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공장을 나와 크뤼급 포도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졸레 지방에는 총 3600여 개에 달하는 포도원이 있다. 작은 언덕을 경계로 생산자가 다른 포도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모르공` 포도원. 모르공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노 누아와 같은 전형적인 부르고뉴 와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한 해 8만명만 생산된다.

2대째 모르공 와인을 생산하는 니콜 사보와이예 씨는 "와인은 태양, 토양과 함께 일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셀러에서 와인을 함께 테이스팅한 프랑크 뒤뵈프는 "2005년산은 신선한 느낌을 주며 매우 균형이 잘 잡혀 있고 2003년산은 향이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낸다"고 평가했다. 셀러에서 맛본 1979년산 와인도 체리, 블랙베리 향이 나는 전형적인 부르고뉴 와인의 느낌을 줬다.

보졸레 와인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물랭아방은 과일향, 장미꽃향이 잘 어우러진 균형잡힌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묵직하고 강한 느낌을 주는 남성적인 와인이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이 와인을 보졸레 와인의 왕이라고 부른다. 반면 플뢰리는 섬세하고 우아한 맛을 지녀 보졸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프랑크 뒤뵈프는 "보졸레 크뤼급 와인은 로버트 파커에게서 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졸레 지역 25%가 크뤼급 와인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