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메모

[펌] 전세금 못 빼 계약금 날리고…'공짜 집수리' 세입자 붙잡고

photographer2js 2008. 12. 24. 09:14

출처 : http://blog.joins.com/leejinsung/10356315

 

 

 

#서울 잠실동 99㎡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한준수(32)씨. 전세 만기가 5개월 남은 지난 6월 인근의 132㎡ 새 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500만원을 계약금으로 주고 전세 계약을 했다. 그런데 살던 전셋집에서 보증금을 빼지 못하는 바람에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만 손해를 봤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빼줄 여력이 없다며 보증금 반환을 미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요즘 장사가 안 되는 데다 전셋값 때문에 적지 않은 빚까지 졌다. 2년 전 3억8000만원에 전세를 준 강동구 아파트의 전셋값이 최근 2억원으로 급락해서다. 10월에 세입자에게 차액 1억8000만원을 돌려주느라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아파트를 팔 생각도 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곳곳에서 ‘역(逆)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 창구에는 요즘 난데없는 집주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분당시범단지지점 김강태 계장은 “9월 이후 2000만~3000만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지 못하는 주인들이 각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서울 잠원동에 112㎡ 아파트를 임대 놓은 유모(60)씨는 2년 전 전셋값 3억원에 세든 세입자와 지난달 2억2000만원에 재계약하면서 차액 8000만원을 내년 1월에 주기로 하고 지불이행각서를 썼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얼굴을 붉히는 사례도 많다. 법원에는 전셋값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낸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이 늘고 있다. 세입자가 이사를 가면서 돌려받지 못한 전셋값을 받으려는 임차권 등기도 늘었다. 이종선 법무사는 “예전에는 1년에 한두 건 정도였던 임차권 등기나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 문의가 요즘에는 하루에도 대여섯 건씩 된다”고 말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L아파트 계약자동호회는 인터넷을 통해 109㎡의 전셋값을 1억5000만원 이하로 내놓지 말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분당 일부 단지에선 부녀회가 중심이 돼 전셋값 하한선을 정했다. 서울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도배나 욕실 수리 등 집 수리를 조건으로 재계약하거나 새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도 늘었다”고 전했다.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2년인 전세계약 기간을 1년으로 줄여 계약하기도 한다. 역전세난이 매매시장도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조만 교수는 “역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전셋값을 빼 집을 사는 게 어려워져 주택거래가 더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임정옥 기자

역(逆)전세난=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어 전셋값이 떨어지고 전셋집이 남아도는 현상을 뜻한다. 전세 물량이 모자라고 전셋값이 뛰는 ‘전세난’의 반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