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메모

[스크랩] 개밥바라기

photographer2js 2007. 8. 29. 20:30
개밥바라기/ 박정원
번호 : 1584   글쓴이 : 박정원
조회 : 50   스크랩 : 1   날짜 : 2007.01.19 22:00

 


 

 

 

개밥바라기


                            박정원 


 
해바라기라는 말이 있지요
웃자란 키로 이웃집을 기웃대는
해바라기도 바라기지만
담벼락 양지쪽에서 가난을 말리던 모습이기도 하지요

하늘바라기라는 말이 있지요
타는 목숨 목 축여줄
빗방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바싹 마른 논을 말하지요

개밥바라기라는 말이 있지요
개밥그릇은 개밥그릇인데 주둥이가 큰
개가 먹는 밥그릇을 말하지요

들일 나간 주인은 별 보고 나가서
다시 별이 떠도 돌아오지는 않지요
혼자 온종일 집을 지키던 강아지가 하도 허기져서
개밥바라기에 늘어붙은 밥풀하나를 먹으려고
핥고 핥아도 떨어지지 않아
빈 그릇만 돌리고 돌리는데
별처럼 빛나는 개밥그릇 속의 밥티끼 하나가
바로 가난한 동쪽 나라의 어둠별이랍니다

그래요, 사랑도
바라기에 밥티끼가 채워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개밥바라기가 반짝반짝 빛나도록 한번
신명나게 닦아볼 일입니다

 

- 시집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 2001.자음과모음

 


 

* 사진출처 : 네이버 포토앨범

출처 : 고향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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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개밥바라기·´″`°³о☆